사랑하고픈날

속마저 검붉어라

(白山 허정영) 2018. 3. 3. 20:16

속마저 검붉어라   /   白山  허정영 
허공을 한 움큼 베어 문 
오므린 세월
뱉어지지 않는 숨소리
목젖까지 차오르고
눈물 고인 기다림에
아픔도 잊은 체
짓이겨져 달아오른
붉어진 입술
하얀 나비 떼
순백의 미소를 따다
처처에 피운 그리움 송이들
입술 파르르 떨며
휘청이는 꽃대 움켜쥔 허공
나지막이 흐르는 맑은 속삭임이
고개를 쳐들어
허공을 애무하고
이는 바람 속살에 벙그는
짙은 님의 체취 품고
꽃 한 송이 피운 
붉디붉은 열정
마지막 한 송이 피우려
시들지도 못하고
긴긴 세월 기다린 여려진 붉음
눈물 마른 그리움 속마저 
검붉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