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 白山 허정영
저 높은 곳에
침묵으로 넘실거리는
뻗고 뻗은
알 수 없는
등 굽은 세월이 산맥을 타고
수장되는
저 처절한 몸부림
수면 위로
삐죽삐죽 솟는
산자의 숨소리
절규하며 토해내는
삼켜지지 않는
밀려갔다
밀려오는 무언의 함성
벌겋게 닳아 오른 청춘
마지막 흐느적거리는
길게 뻗은 손마디에
모든 걸 맡겨버리고
쓰러져버리는
거센 파도 뒤에
바다는 고요하다
마지막 열정을
쏟아버린 새벽달이
서산에 걸터앉아
인연 줄을 놔버린
희미해진 달빛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뜨는 해도
진다는 것을 아는지
발걸음도
느릿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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