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붉게 핀다 / 白山 허정영
어둠에 쌓여
빛 한줄기 찾느라
긴 기다림을 털어버린
순백의 그리움도
얼룩진 꽃대 꺾이어
핏빛으로 물든
햇살의 가지마다
길게 뻗은 그림자
누구를 기다리고
누구를 그리워하고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누구를
億劫의 산맥마다
듬성듬성 피어나
틀어쥔 아픔
꽃잎마다 철철이 맺혀
눈꽃 녹아내린 눈물이
진흙 속에 묻힌
속살에 흘러내려
타버린 속내 하얗게 피어
타다 남은 아픈 상처
발갛게 그을려
어둠을 마신 달빛 베고
하얀 밤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