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픈날 943

그날 그 후

그날 그 후 / 白山허정영 물레 잣는 바람은 세월마저 흘러 보내고 뻐꾸기 울음소리에 꽃들이 그리움 떨구고 휘어지는 바람에 발자죽만 덩그러니 꽃잎을 쓸어 담아 가버린 날만큼 수북이 쌓인다 휑한 고요함에 허공은 암갈색으로 침묵하고 망막 깊숙이 축축하게 고인 추억은 빛바랜 언어 쓸어 담지도 못하고 가지마저 축축 늘어진다 훠이훠이 계절은 날개 야위어 가고 마음속은 늘 눅눅하다

사랑하고픈날 2022.05.04